연남동의 얇은 켜: 487과 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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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연남동은 경의중앙선-경의선 숲길공원을 중심으로 북측의 성산로(연희동), 동측의 연희로(동교동), 남측의 양화로(서교동), 서측의 월드컵북로(성산동)로 구획된 지역에 위치한다. 연남동의 서측 경계, 즉, 성산동에 면하는 영역은 서교동-망원동으로 이어져 한강 방면으로 연결되는 S자의 선형을 띄며 일정한 너비를 가지는 이질적인 도시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경계 조직은 연남동과 성산동을 나누며 비스듬히 도시를 관통하며 도시 체계와 반응하고 있다.
이러한 선형의 경계 조직은 연남동과 성산동의 권역을 구분짓는 분리선을 넘어, 미시적 동네 체계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연속적인 관계를 맺는 능동적인 켜로 기능한다. 이는 연남동 특유의 저층 저밀도 주거-근린상가 경관의 기반이 되는 동시에, 골목 중심의 생활 가로에 의한 네트워크 체계를 형성하며 도시의 주거-상업의 유기적인 프로그램의 배치를 보여주는 지리학적 토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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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 487: 집의 제방(Mounded Houses)
연남동 487번지는 과거 홍제천의 지류였던 사천(沙川)의 물리적 흔적을 대지 형성의 유전자로 간주한다. 이 조직의 시간적 범위는 오늘날 1924년대 당시의 근대적 사료 기록이 남아있는 시점부터, 사천의 복개와 함께 자생적 주거지가 본격적으로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1950-1960년대를 가로지르며, 연남동 일대의 주거지 조성이 완료된 1974년도를 정점으로 오늘날에 이르는 통시적 기간을 기준으로 한다.
특히 당시 하천이라는 도시 기반 시설이자 공유재가 가졌던 사천 영역의 국가 계획적-혹은 자생적 요인에 의한 복개,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나타났을 것으로 추측하는 복개부 소유권의 희미한 공백은 국가의 직접적인 계획이나 통제 없이 집단적이고 자연발생적인 터의 형성을 가능케 했던 핵심 배경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지적아카이브(국가기록원)
서울기록원
국토지리정보원
과거 사천의 영역과 그 외의 영역은 도시개발적 시차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연남동 487번지는 과거 하천의 선형을 따라 조성된, 치수에 의한 제방(둔덕 혹은 석축)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영역이었을 것으로 추측되며, 사유지였던 487 외 필지보다 우선하여 복개되어 주거지의 영역으로 선 조성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제방에 의한 물리적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으며 명확한 지형적 단차를 형성하였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마치 연남동 487 외 사유지 위에 돋우어진 형성된 제방과 같은 단면적 주거 집단의 풍경을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1962년 이후 사천 영역의 단일 필지(연남동 487-1)는 대규모 필지 분할의 과정을 거쳐 자연발생적인 미세 도시 조직로 쪼개지고, 이러한 이형적(異形的) 대지 체계에 순응하는 이형적 건축물의 주거 경관이 형성되며 이후 연남동 487 외 필지가 순차적으로 개발되는, 이격된(Shifted) 시차의 흐름을 보여준다.
건축법의 부재, 행정의 공백 및 근대적 건축 조성 체계가 갖추어 지지 않았던 당시의 풍토에 준하여 조성된 개별 건축물은 건폐율 등 필지 별 토지의 사용 양상이 오늘날과 매우 다른 모습이었을 것으로 추측되며, 이는 1983년-1985년 및 2014년에 시행된 '특정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통한 주거용 무허가/위반 건축물의 합법화의 과정을 통해 사후에 법적 테두리 안으로 양성화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단초를 제공하며 연남동의 독특한 도시의 연혁적 특징을 보여준다.
국토지리정보원
연남동 481: 직조된 터(Designated Plots)
연남동 481번지는 1960년대 이후 서울의 급격한 인구 집중과 주택 수요 폭증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주도하에 철저히 직조된 계획적 도시 조직이다. 1965년 착수되어 1973년 완료된 성산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은 연남동(구 연희동)-성산동-서교동-망원동 일대를 대상으로 하였으며, 기존의 불규칙한 지형을 정지(整地) 작업을 통해 평탄화하고, 이를 균질한 도시의 평면으로 재편하는 과정이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1962년 이후 대규모로 분절된 사천 영역의 선형 도시조직은 토지구획사업 영역과 별개의, 불가침의 전제이자 도시적 맥락(Urban Context)로서 기능하였으며, 이는 이격된(Shifted) 도시적 시차에 의하여 직조된 터(Designated Plots)의 형성 과정을 보여준다.
서울 열린데이터 광장
이러한 도시계획적 개입의 결과로 연남동 481번지 일대에는 당대 표준 주거 양식인, 앞마당을 둔 2층 단독주택의 형태가 균질하게 분절된 격자의 대지 체계 속에 질서 정연하게 배치되었다. 1972~1974년에 집중된 건축물 사용승인의 경향성은 토지구획사업 완료 시점과 맞물려 양질의 주거지가 대량으로 안정되게 공급되었음을 증명하는 지표가 된다. 연남동 481번지는 자생적으로 발생한 연남동 487번지와 대비하여 규격화되고 동형적(同形的)인 집의 군집 및 표준화된 대지의 분할 면적의 양상을 이루며, 주택의 용도로 계획된 주거 가로의 전형적인 경향성을 띈다. 이는 단독주택 연한의 종료 이후 새로운 건축물이 들어서는 일련의 과정에서 공동주택(연립주택/다세대주택)으로의 건축 유형의 전환을 용이하게 하였다.
국토지리정보원
연남동 487과 481: 변위의 틈(Threshold)과 이격된 내러티브(Shifted Narrative)
연남동 487번지와 481번지는 물리적으로는 하나의 블록을 공유하고 있으나, 대지의 조성 시점, 과정, 필지 분할 양상 및 건축물 유형에 이르기까지 극명하게 대비되는 특이점을 지닌다. 연남동 487번지는 사천 영역의 자연발생적 분할에 따른 이형적(異形的) 개별 필지 및 건축물, 연남동 481번지는 도시의 개발적 개입에 따른 표준 주거 양식에 적합한 동형적(同形的) 개별 필지 및 건축물로 구성된, 극명하게 구분되는 태생적 배경을 띈다. 이 두 조직 사이에는 도시 개발의 어긋난 시차가 빚어낸 미세한 변위의 틈(Threshold)ㅡ물리적, 태생적ㅡ이 존재하며, 틈을 공유하며 면하는 서로 다른 대지의 이격된 내러티브(Shifted Narrative)를 지닌 채 서로 반응하며 오늘날에 이르는 시간까지 공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브이월드
서로 다른 태생에서 기인한 연남동 487과 481번지는 오늘날의 건축물대장, 그리고 건축물대장 작성 이전에 수기로 기록되었던 건축물 카드대장 이력의 추적을 통하여 판이한 특이점을 확인할 수 있다.
연남동 487의 23개소의 이형적 주거 건축물은 사천 복개 이후이자, 근대적 기록으로서의 건축물 카드대장 작성 시점 이전인 1960년대 초부터 형성된 것을 알 수 있으며, 특히 최소 7개소(대장에 드러나지 않는 그 이상의 건축물이 있을 것으로 판단)의 건축물은 건축물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사용승인이 지연되었다가 1983년-1985년 특정건축물 특별조치법에 의하여 적법한 건축물의 지위를 부여받을 수 있었다. 또한, 세장하고 이형적인 대지 요건의 태생적 특수성에 기인하여 오늘날까지 현재의 건축물 형태를 그대로 유지할 수 밖에 없는, 건축적 생애주기의 특이점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반면, 연남동 481의 17개소의 동형적 주거 건축물은 1972년-1974년 토지구획정리사업 이후 균질하게 단독주택으로 조성되었으며, 이후 개별 필지 별 연한을 다하여 공동주택/근린생활시설/사무실 등으로 용도가 분화하며 용도의 변위를 이루며 진화하고 있다.
연남동 487과 481의 블록은 다른 근원으로 태생되었고, 이후 각 영역과 도시의 경계 간 반응을 통해 대지와 건축물에서 유래한 고유의 특이점에 맞게 각각 진화하여 왔다. 각 영역은 명확한 대비를 이루며 오늘날의 연남동 고유의 도시 체계와 가로 경관을 구성한다.
연남동 487과 481 사이에는 극단적으로 얇은 필지가 존재한다. 이 중간켜는 토지구획정리사업을 통해 연남동 481번지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기존의 연남동 487과의 완충ㅡ버퍼ㅡ를 목적으로 헝성된 이질적 지번으로 추측되며, 이 중간켜를 487번지의 건축물이 넘어가 있기도, 481번지의 건축물이 향후 공동주택 등으로 재건축되는 과정에서 합병되기도 하는 등 개별 필지 별로 각각의 연남동 487 및 481번지와 관계맺으며 필지적 완충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거시적 관점에서 사천의 영역에 형성된 연남동 487의 조직은 오늘날 미시적 건축 스케일에서의 단차와 용도 구분, 필지와 건축물의 양상을 결정짓는 도시의 흔적기관으로서 작동하고 있다.
도시의 급속 성장의 빈틈을 비집고 발현된 자연발생적 영역인 연남동 487는, 도시의 발전ㅡ토지구획정리사업ㅡ의 흐름에 있어 고유의 거대 도시적 맥락(Urban Context)로 기능하였으며, 자생적 발생의 한계로 인해 대지 형상이 극도로 제한적이며 더 이상의 증축이나 신축 등 건축 행위가 어려운, 소위 '운신의 폭이 없는' 상태로 귀결된 건축물의 양상을 띈다.
반면, 연남동 481는 487과의 중간켜를 통한 버퍼를 두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분절된 필지 기반을 조성하며 전형적인 주거지로서의 역할을 하였으며, 도시의 서사에 따라 단독주택에서 공동주택/근린생활시설/사무실 등의 용도로 다양하게 변주되며 저층 가로 도시의 개별 세포로서 작동하여 왔다.
두 영역의 상충하는 서사와 충돌이 만들어내는 일련의 결과(Subsequent)에 의한 도시 개발의 시차(時差)는 이격된 내러티브(Shifted Narrative)를 만들며 연남동 고유의 입체적인 체계를 형성하는 도시 경관으로 기능한다.




















